본문 바로가기
마음 다락방/속마음 구석

[생각일기] 상담 기억을 위한 기록 2020.3.24. tue

by 홀로Hollo 2020. 3. 24.

2주 만에 개인상담을 다녀왔다.
마지막 개인상담과 오늘 사이에 세 번의 집단이 끼어 있었고, 그동안 나는 정체를 겪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저항이 많이 커져서 남의 이야기에도 집중도 이입도 잘 안되었고, 그렇다고 내 마음에 잘 집중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지지난주 상담 때 많이 불편한 얘기를 꺼내놓았어서 그럴 거라고 예상이 되어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마음이 머무르라고 보내는 신호인 거다. 치료의 과정에서는 저항도 필요하고, 그렇게 머무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셨다.

집단상담은 모두의 고민과 불안과 불편이 오가는 자리인 만큼 매 순간이 기쁘고 행복할만한 곳은 아니다. 근데 거기에서 나는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과 위로를 받고, 사람들과 연대한다. 최소 6개월, 보통 2년 이상 상담을 진행해 온 집단원들은 나보다 훌쩍 커보인다. '어떻게 저런 얘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지! 멋있다. 나도 저렇게 말하고 싶다.' 그런 욕구도 생기고, 반대로 내가 아주 부족해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질투도 부러움도 또다른 불안도 함께하는 자리지만 기다려진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어떤 위로를 받을지. 내가 겪는 순간을 다 겪어 본 우리 집단원들은 감정이나 생각을 조금만 꺼내놓아도 적절한 위로를 건넨다. 진심으로 하는 공감. 진심으로 오는 안전한 위로.

상담실을 간지 얼마 안됐을 때, 엄마의 자궁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다시 돌아간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내 감정이 오롯이 존중받는 공간. 내 화를, 우울을, 불안을, 상처를 다 털어내고 펑펑 울어도 안전한 곳. 나의 감정이 누군가에게 나쁘게 다가가지 않을까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꺼내도 되는 곳.

상담을 받다보면 많은 선택지를 만나게 된다. 화를 내는 것, 우는 것, 말 하는 것, 말하지 않는 것, 머무는 것, 생각하는 것, 고민하는 것, 표현하는 것. 남에게 강제한 적 없지만 내가 나에게 강제하는 것들을 벗어 던지는 것. 그렇게 아주 조금씩 내 선택지가 많아지고,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