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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락방/속마음 구석

[생각일기] 의식의 흐름 2020.3.31. tue

by 홀로Hollo 2020. 3. 31.

 

오늘이 지나면 임시백수 생활의 다섯 달이 끝난다.
예상하고 계획한 시기에 다시 직장인이 되는 건 맞는데, 왠지 약간의 루틴이 생기며 익숙해진 이 백수 생활을 벗어나는게 아쉽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프리랜서를 꿈 꿨는데!

백수가 되면서 엄청 원대한 꿈을 아주 여러개 꿨었다.
● 집을 엄청 깨끗하게 청소해야지!
- 한 이주 정도 도전했다가 나 혼자 가능한게 아님을 깨닫고 지쳐있다
● 아주 부지런한 백수가 돼야지!
- 다섯 달 내내 평균 8시~9시를 기록한 기상시간, 취미활동, 약간의 프리랜서 알바 생활
● 글을 열심히 써서 어딘가에 연재를 시작해야지!
- 여기에! 시작했다. 사실 그 전에 인스타에 글쓰기 계정이 있었는데 어떻게 통합하고 어떻게 연계해서 운영할지 고민하는 중
● 시도 쓰고, 노래도 만들 수 있으니 그거로 콘텐츠를 제작해야지!
- 작곡까지 이어진 곡들이 이미 있었지만 편곡이나 녹음으로 아직까지 이어지지 않았음
● 커플 인스타그램을 엄청 열심히 키워야지!
- 엄청 열심히는 아니고 잔잔바리.... 사진폴더 정리 하다가 죽는 줄 알았음. 하지만 해냈다!
● 아이패드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어야지!
- 소소하게 그림 그려서 상담일기 표지로 쓰고 있고, 글은 블로그에 쓰고 있고, 영상은 남자친구 일 도와주기 위해서 가끔... 글고 커플용 영상과 선물용 영상 정도ㅋㅋ
● 유튜브 시작해야지!
- 커플로그 한개 올렸다. 근데 오프닝 썸네일 부분 맘에 안들어서 바꾸고싶은데 영상은 만들었지만 교체는 아직
● 창업 아이템 키워봐야지!
-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의 ncas나 e나라도움을 통한 사업 교부 및 정산과정 행정보조하는 서비스를 구상했는데 꽤 괜찮은 아이템이고, 콘텐츠고, 발전가능성도 있고 돈도 될거 같은데 진짜 내가 원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러프한 기획서만 쓰고 잠깐 접었다. 그리고 점점 정산 안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예술인이 필요로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고 판단함
● 1인 아카펠라 콘텐츠 제작해야지!
- 원대하고 거창한 계획 중 유일하게 손도 못대봄. 진짜 하고싶은 것은 늘 무서워서 비켜가게 된다. 노래 진짜 하고 싶은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 지천에 널려서 이게 진짜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나 고민됨. 사실 당장 시작해서 꾸준히 하면 어느정도 될거 아는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서 완벽하고 더 잘하고 싶은 나한테는 아직 좀 버거울듯 함
● 에어비앤비 사업 기획하기
- 생각하고 있는 장소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사용할 수 있고 하나는 내 맘대로 못한다. 별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지만 마구잡이로 시작하는 거 딱 안좋아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음. 강좌 끊어놓고 보고 있는데 수강기간 끝날까봐 똥줄탐. 다시 볼 때가 되었다...
●코딩배우기
- 괜찮은 코딩강좌 펀딩이 나와서 결제하고, 수강권 받아서 듣기 시작했는데 한 두개 듣다 말았다. 슬픔. 들을게 산더미인데ㅋㅋㅋ 그래도 맘 먹으면 바로 배울 수 있다는게 너무 좋다.

꿈은 크게 꿔야 한다는 것이 어릴때부터의 소신인데(이룰 수 없을만큼 커야 그 꿈 발 끝이라도 쫓아갔을 때 이미 뭔가 이룬 상태일 수 있다고 생각함. 그러다가 진짜 이루면 더 엄청난 일이고!) 이번에도 그래서 거창한 꿈을 마구 꿨더랬다. 모두 이룬 것은 아니고 모두 매일같이 꾸준하지도 않지만 어느정도는 유지하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사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까보니 거의 다 하고 있어서 대견하다. '매일매일 조금씩 계속'인 꾸준함도 있지만 나처럼 '어느정도 적당히 생각 날 때마다 조금씩'인 꾸준함도 있다. 이 꾸준함은 단거리 경주에서는 티나지도 않고 성과도 없지만 5년, 10년 지났을 때 스스로는 안다. 나 이만큼 꾸준했던거.

항상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그런 마음을 안고 부모님께 뭔가를 얘기했을 때 인정이나 격려가 먼저 돌아왔던 적이 없다. 그래서 티내지 않고, 조용하게 누가 먼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향성 관종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다. 상담의 좋은 효과 중 하나 같은데, 항상 기어들어가던 목소리가 또렷해지고 있다.

노래를 제대로 코칭받아 본 건 딱 한 번이다. 4개월? 5개월? 정도. 좋은 강의를 찾아 유튜브를 헤매다가 아주 정석같은 선생님을 발견했고 1년 정도를 살펴보고는 스카이프 통화를 통한 온라인수업을 진행했었다. 만나서 하는 어떤 선생님도 내 역량을 이만큼 끌어올리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 할만큼 좋은 선생님이었다. 가성과 두성만 잘 쓰던 내가 호흡을 어떻게 사용하고 몸의 어디를 이용해서 진성으로 어떻게 소리를 빼내야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됐으니까. 선생님께 들은 코칭멘트 중 하나는 목소리가 너무 작고,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 성격 때문이었을 거다. 누군가에게 방해 될까봐 연습을 해도 크게 내지르지 못하는 내 성격. 여전히 눈치보느라 잘 배우고도 아직 자신 있게 소리내지 못하는 때가 더 많다. 근데 생활하는 말소리의 발성이 달라지니까 확신이 하나 생겼다. 나 곧 노래 더 잘부를 듯.

아무튼 내가 선택한 것들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해왔지만 사실 제일 불안한 건 나였다. 내가 뭘 하고 싶다고 말하기 꺼려왔었다. '그래서 그게 돈이 돼?', '100세 시대야', '삼십대면 벌써 늦었어' 아직 누군가의 입에서 뱉어지지 않은 말조차도 방어 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사실은 나도 맘 한 구석에 그렇게 생각하도록 자랐으니까.

신기하게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 현실성 있게 계획할 수 있다는 자신도 생겼고, 내가 무얼 하고 싶다고 입 밖으로 꺼내고 얘기하고 설득하고 싶어졌다. 내향성 말고, 나 애정이 필요하고- 인정받고 싶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관종이라는 사실을 더 말하고 표현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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