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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락방/속마음 구석

[생각일기] 마음의 이야기 2020.4.8. wed

by 홀로Hollo 2020. 4. 8.

툭 치면 엉엉 울 것 같은 기분이다.

어릴 때부터 늘 궁금했던 감정? 상황?이 있었다.

한 동안 그 감정을 겪었는데 다른 장소에서도 그랬던 것 같지만 지금 기억에는 꼭 배경은 외갓집이고, 외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서 하하호호 하는데 나만 그 자리에서 동떨어진 기분이 들곤 했다. 그 때는 외로움이라는 걸 개념적으로 모를 시절이었는데, 나이를 먹고 나니 외로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좀 상황을 멍하게 바라보는 느낌, 나만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기분, 나와 공간이 분리된 것 같은 느낌. 나이가 많지는 않았다. 대여섯 살은 됐었나. 요 근래 자꾸 그 때가 생각이 나서 엊그제 상담에 가 선생님께 말했더니 그게 바로 해리라고 말하셨다. '아.. 그게 해리구나.' 궁금해져서 유튜브를 뒤져봤더니 해리와 비현실증이라는 게 같이 언급됐다. 해리는 유체이탈처럼 내가 분리되어 상황을 보는 거라는데 내가 몸에서 분리된 느낌까지 났었는지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비현실증은 상황과 내 사이에 막이 쳐져 있는 느낌?이라고. 지금 기억만으로는 비현실증에 가까운 것 같다. 유체이탈 같은 경험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건 중학생 때 딱 한 번이었다.

 

아무튼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상황을 겪으려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 있었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 나이쯤에 큰 이슈가 많긴 했던 것 같다. 사촌언니의 교통사고와 죽음, 친 할아버지의 죽음, 엄마아빠와 차를 타고 가다 당한 교통사고, 동생이 태어난 게 마지막 이슈. 엄마아빠가 문제가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어린 내가 어떤 감정을 겪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증상이 정신증의 일종이라는 걸 듣고 너무 서러웠다. 너무 서러운 기분이 들어 펑펑 울었다. 정신증이라는 건 몰랐을 수 있지만 내 말을 제대로 들어라도 줬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낯선 느낌이고 낯선 기분이라 엄마한테 몇 번을 가서 얘기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었다. 그 다음부터는 혼자 참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기는 했었으니까.

 

상담 중에 미술치료를 처음으로 받아봤다. 생각나는 내 주변 인물의 관계도를 그려보라고 하셨는데 그리는 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1~2분? 그 관계도 안에서 내가 너무 섬처럼 둥둥 떠 있었다. 그려놓고 보니 내 마음과 가까운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생각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관계도 안에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마음으로 의지하는 친구도 한 명도 없고,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면서 심적으로 친한 친구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항상 그랬지.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나는 동떨어진 느낌을 받곤 했고, 세 명 친구 중에 제일 어색한 걔는 나였다. 친구랑 친하다는 게 뭔지 나는 한 번도 알았던 적이 없다. 성격 좋고, 누구와도 두루두루 어울려서 '너는 다 친하잖아'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글쎄 나는 단짝이 없었다. 나와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는 늘 나보다 조금 더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어릴때는 질투가 났고, 속상했고, 외로웠지만 그게 어째서인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그런가보다 했지. 나의 결핍이었구나.

 

아무도 나를 불쌍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던히도 애 쓰고 살았다. 버티는 줄도 모르고 살아서 버틸 수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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