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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락방/속마음 구석

[생각일기]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 일에 대한 얘기 조금 2020.4.4. sat

by 홀로Hollo 2020. 4. 4.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올린다는 게 참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하고 있는 일들 중에 제일 재밌다. 함께 매일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는 동지들이 있어서 힘도 되고 자극도 되고. 생각해보면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나는 잘 몰랐던 것 같다. 혼자 글 쓰는 걸 좋아했고, 혼자 노래부르는 걸 좋아했다. 일 할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는 걸 더 선호한다. 물론 일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손이 함께 할 수 밖에 없지만.

생각을 쓰기 시작하면서 '함께'가 뭔지 느끼게 됐다. 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고, 내 마음을 쓴 글을 들여다보면서 뭔가 생각 할 게 생기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하트모양의 공감버튼과 댓글로 표현된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와 생활과 생각을 슬쩍 들여다보고 응원 한 줄, 공감 한 줄 나누다보니 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뭔가 따뜻함도 느낀다. 100일의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우리는 정말 이웃으로 남을까 아니면 조회수나 댓글의 양을 위한 도구로 남을까. 누군가는 전자가 될 것이고 누군가는 후자가 될 것이고, 아쉽지만 대부분은 남지 않을 것이다. 아. 소통하지 않지만 마음이 머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어느 날 어느 순간 '그 사람의 글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누구였더라' 하면서 팔로우 목록을 훑게 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내 속마음을 꺼내고 있다. 별 것 아니게 보일 수도 있지만 부끄럽거나 쪽팔리거나 평가받기 싫어서 내놓기 싫은 생각들 까지도 계속해서 꺼낼 거다. 물론 아직 그정도까지 꺼낸 거 같지는 않다.

글을 올리다가 보니 조회수 올라가는 게 그렇게 좋다. 어떤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어떤 생각으로 내 머릿속 같은 이 공간에 찾아오게 되는지 계속 들여다보고 있게 된다. 궁금하다. 내가 무엇으로 관심받을 수 있는지. 무엇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신기하게도 문화예술 키워드는 검색 양 자체가 많은 건지, 어제 캠페인 글을 올렸더니 단번에 블로그 글 중 가장 높은 조횟수를 기록했다. 나는 문화예술에 대해 할 말이 아주 많은데 조회수가 필요성을 증명해주니 좀 좋다. 신난다. 좀 걱정도 된다. 선무당처럼 보이거나 니가 뭔데 싶을까봐. 나는 전공자도 아니고 기획자면서도 기획자로써 내 이름을 건 단독기획을 진행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고, 열심히 생각했고, 매몰되지 않기 위해 침전되지 않기 위해 아주 많이 노력했다. 한 가지만 하고 싶지 않아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봤고 지금도 하고 있다. 한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했으면 그래도 그 간 일하면서 들었던 생각을 아주 조금 끄적거려볼 수는 있지 않을까.

문화컨설팅 회사의 막내 연구원으로 시작해서 사회적기업인 극단의 기획팀에도 있어봤고, 예술강사 활동도 해봤고, 음악 공연도 해봤고, 연극도 해봤다. 여러 분야 강사들이 모여 만들었던 청소년 극단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키우기 까지의 과정도 함께 했고, 그 과정에서 비전수립과 스토리텔링을 통한 기획안도 만들고, 공공기관에서 상위 보조금사업 담당자도 해봤다. 지금은 또 다른 공공기관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기인력이 되었다. 공연도 했고, 연구도 했고, 교육프로그램도 기획해봤고, 국고보조금사업 공연 기획도 했고, 포스터나 리플렛도 만들고, 티켓부스도 담당해보고, 조명스태프도 해봤고, 배우 매니저도 해봤고,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 운영도 해보고, 축제도 꾸려보고, 발로도 뛰어보고, 컴퓨터만 붙들고 있기도 해봤다. 나는 이 중구난방인 내 경험과 이력들이 결국은 '나'라는 존재로 귀결될 것을 안다. 그냥 모든 게 나를 이루는 것들이니까. 나는 예술가의 마음도 알 수 있고, 기획자의 마음도 알 수 있고, 강사의 마음도 알 수 있고,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마음도 알 수 있다. 물론 그래서 다 깊게 알지는 못한다. 한 가지 롤로 5년 10년 해 온 사람들의 고민까지는 내가 또 경험하거나 당사자들에게 깊이 듣지 않고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편하게 읽으면서 이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내 선에서 접점을 만들면 곳곳의 점들이 선이 되기를 바란다.

약간 자랑하고 싶은 것도 맞다. 나 이렇게 많이 경험 했다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내가 쓸 글에 힘을 주고 싶었다. 사실 어떤 사람의 글이든 말이든 평소에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하는지 묻어나기 마련이라 아주 큰 걱정은 안 된다.

종종 문화예술 분야로 취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다. 필요한 스펙과 시험을 어떻게 치는가를 묻는다. 거기에 분명히 어떤 예술을, 어떤 문화가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고민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까지 이르렀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질문 받는 순간 속이 답답하다. 안정적이고 돈 많이 벌고 싶은데 문화예술도 하고 싶으면 그냥 문화예술 향유자로 남아달라고 말하고도 싶다. 안정적인 사람을 못봤다. 사기업 메세나 팀, 사회공헌팀 뭐 그런데서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했다면 모를까. 단순하게 '문화예술 하고 싶다', '안정적으로 돈도 벌었으면 좋겠다', '문화재단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재단에 들어가면 상처 받는다. 생각보다 공격적인 예술인들의 태도와(그들은 또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왜 하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는 행정서류 더미 속(국고를 사용하는데 행정서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세금이 어디에 잘 쓰였는지 명확하게 기록되는 건 중요하니까)에서. 문화예술을 직업 삼을 것으로 마음 먹는 과정에서 일단 '안정'은 생각도 안 해봤다- 하면 취직은 생각보다 쉬워진다. 현장에는 고스펙이 필요 없는 일자리가 넘친다. 문제는 돈이다. 연속성이다. 처음 발을 디딘 곳에서 연속성을 찾지 못하면 나에게서 연속성을 찾아야 한다. 결국은 내가 이 일을 해서 무슨 영광을 보고 싶은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던져질 수 밖에 없다. 그 질문이 없으면 생각과 너무 다른 현실에 상처 받고 뭐 이렇게 지랄같아. 라며 업계를 영영 떠나 꼴도 보기 싫어질 거다.

그래서 나는 어떤지......에 대해서도 얘기하면 좋겠지만 글을 마무리 할 시간이 됐다.
다음에 또 써야지.

오늘도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니 정리되지 않은 긴 글이 나왔다. 내 블로그의 두 번째 인기글은 지난번에 쓴 의식의 흐름이다. 문화예술에 관해 하고 싶은 말들과 의식의 흐름을 한 글에 담았는데 조회수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읽혔으면 좋겠고, 내 짧거나 좁은 식견과 시야를 넓히면서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많이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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