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 죽겠다.
이미 저녁 때부터 눈은 졸음에 못이겨 새빨개져 있었다.
그런데도 눈을 감지를, 잠에 들지를 못하겠다.
우울하다.
불면과 과수면을 안고 두통과 메스꺼움과 싸워댄다.
과거의 망령들이 따라다니며 숨을 쉬지 못하게 해.
두 번째 집단상담에 참여했다.
잡아채지지 않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니다 사라지길 여러 번. 왠지 울고 싶지가 않아서 생각을 깊이 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 생각들의 찌꺼기같은 감정들만 남은 채로 얘기를 많이 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각자의 내밀한 아픔들, 우울, 이겨내는 과정들, 약함, 불안, 강함 또는 의지. 2시간 반 동안 아주 많은 감정과 생각과 지지와 공감이 오고 갔다.
이따가 반주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감사하지가 않다. 감사하지 않아. 매일 갖고 있는 내 시간이지만 하나님께 할애된 시간까지 내가 갖고 싶다.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더 그렇다.
하나님은 나를 작품으로 만드셨댔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모나고 못났지. 슬픈가요. 이런 나를 보고 슬퍼하고 있나요. 묻고 싶다. 나는 먼지가 진득하게 눌러붙었어요. 그래도 나를 보고 있나요. 궁금해요. 이제 겨우 내게 묻은 거미줄 조금 걷어낸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지쳤어요.
내가 얼마나 남에게 줄 것이 없는 사람인지 너무 느껴진다. 얼마나 두 손에 쥔 게 없고, 얼마나 줄 수 있는 게 없는지가. 나는 어떤 힘으로 그동안 누구에게 얼마나 진실된 것들을 건네왔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없어지지 않고, 쉬는 숨이 답답하고. 이게 정말 없어지기는 할 건지 궁금하고.
나는 나를 못 챙겨서 상담을 받고 있는데 웃기게도 이 와중에도 잘 배운 상담을 어디다 써먹을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계속 고민한다. 이 지경이 왔어도 온통 남 생각 뿐이다. 물론 지금은 그냥 내 분석 받는거지 잘 배운 상담은 아니다. 아무튼 내 상담을 잘 마치고 나도 좋은 상담사가,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전문가가 되어보고 싶다.
아
아주 푹
자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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