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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락방/속마음 구석

[생각일기] 잠 오는 새벽 2020.3.15. sun

by 홀로Hollo 2020. 3. 15.

졸려 죽겠다.
이미 저녁 때부터 눈은 졸음에 못이겨 새빨개져 있었다.
그런데도 눈을 감지를, 잠에 들지를 못하겠다.

우울하다.
불면과 과수면을 안고 두통과 메스꺼움과 싸워댄다.
과거의 망령들이 따라다니며 숨을 쉬지 못하게 해.

두 번째 집단상담에 참여했다.
잡아채지지 않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니다 사라지길 여러 번. 왠지 울고 싶지가 않아서 생각을 깊이 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 생각들의 찌꺼기같은 감정들만 남은 채로 얘기를 많이 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각자의 내밀한 아픔들, 우울, 이겨내는 과정들, 약함, 불안, 강함 또는 의지. 2시간 반 동안 아주 많은 감정과 생각과 지지와 공감이 오고 갔다.

이따가 반주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감사하지가 않다. 감사하지 않아. 매일 갖고 있는 내 시간이지만 하나님께 할애된 시간까지 내가 갖고 싶다.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더 그렇다.

하나님은 나를 작품으로 만드셨댔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모나고 못났지. 슬픈가요. 이런 나를 보고 슬퍼하고 있나요. 묻고 싶다. 나는 먼지가 진득하게 눌러붙었어요. 그래도 나를 보고 있나요. 궁금해요. 이제 겨우 내게 묻은 거미줄 조금 걷어낸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지쳤어요.

내가 얼마나 남에게 줄 것이 없는 사람인지 너무 느껴진다. 얼마나 두 손에 쥔 게 없고, 얼마나 줄 수 있는 게 없는지가. 나는 어떤 힘으로 그동안 누구에게 얼마나 진실된 것들을 건네왔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없어지지 않고, 쉬는 숨이 답답하고. 이게 정말 없어지기는 할 건지 궁금하고.

나는 나를 못 챙겨서 상담을 받고 있는데 웃기게도 이 와중에도 잘 배운 상담을 어디다 써먹을지, 누구에게 도움이 될지 계속 고민한다. 이 지경이 왔어도 온통 남 생각 뿐이다. 물론 지금은 그냥 내 분석 받는거지 잘 배운 상담은 아니다. 아무튼 내 상담을 잘 마치고 나도 좋은 상담사가,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전문가가 되어보고 싶다.


아주 푹
자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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