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 다락방/속마음 구석

[생각일기] 2020.8.23. sun

by 홀로Hollo 2020. 8. 23.

주말출근.

원래 가을에 시작할 사업을 준비 할 목적으로 주말출근을 했는데, 온 팀원들이 다 나와있다.

그들도 사실 각자의 사업을 준비하느라 나온 거지만, 모이자마자 우리는 코로나와 행사 취소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한숨이 푹푹 나온다. 어제는 운영하는 책모임에 함께하는 작가님의 자조섞인 웃음을 만났다. 기껏 괜찮아지는가 싶었는데 장마가 와서 끝나지를 않더니, 이제는 장마가 그치고 코로나가 다시 와버렸다고. 모든 강의와 행사와 축제와 전시가 취소라고 통보받고 있는 상황이라 작업실에서 악악대고 소리를 질렀다고. '다 죽으라는거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나는 이렇게까지 생존권을 침해당할 일이 있을 거라고 내다 본 것은 아니었으나 현장을 떠나 기관으로 옮길 때, 보릿고개 걱정이 징글징글했던 마음도 있었다. 공기관은 월급이 밀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비록 계약직이어도 두 개의 공기관을 거치며 어디가 나한테 더 맞는가 저울질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현장으로 다시 나갈 날을 꿈 꾼다. 그러는 와중에 자꾸만 현장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의 곡소리가 들린다. 연극하는 동료들, 영상 찍는 동료들, 그림 그리는 동료들, 음악하는 동료들. 막막함이 자꾸만 전이된다. 내가 지금 겪지 않아서 외면하고 싶은 그 현실이 옮아온다. 미안하고 죄스럽다. 나는 중단하라는 지침에 중단해버리면 되지만, 내가 중단하다는 말에 당장 들어오지 않게 될 강사비 걱정하게 될 내 파트너들이 걱정된다.

 

오아시스딜리버리라는 캠페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할 무렵. 선한 마음으로 함께했지만 사실 요청하신 한 분은 조금 이기적이지 않은가 생각했었다. 겉으로 보기에 왠지 괜찮으실 것 같았어서. 내가 함께하고 싶은 후배 동료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았다. 그때 당시에는. 그 분이 오늘 연락하셔서 고마웠다고,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이제 자금이 조금 생겨 돌려줄 수 있게 되었으니 계좌번호를 달라고 말하셨다. 돌려주시는 마음이 뭔지 그것도 또 느껴져서 한 번 거절하고 거절하기도 죄스러운 마음에 돌려받았다. 당장 통장 잔고에 내 숨도 조금 트이는 기분이었지만 어차피 나누고 싶었던 돈이라 예전 몸담았던 친정같은 회사에 보냈다. 대표님께 식구들이랑 밥 먹는 거, 간식 사놓는거라도 보태시라고. 큰 돈도 아니지만 이런 막막한 보릿고개에서 밥 한끼 같이 먹을 수 있는 돈이 얼마나 귀한지 겪어봐서 안다. 조금이나마 마음 편하게 식사라도 한끼 했으면 좋겠다. 마음이 자꾸 아프다. 사무실에서 타자 치고 있는 내 손가락이 무안스럽다.

 

원래 계획을 세우려고 했던 가을 사업을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이 붙어서 달릴만 하니 일이 터진다. 사실 그냥 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거 하고 싶다고. 근데 다른 거는 또 뭘 하고 싶은가 잘 모르겠기도 하고. 예술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내가 꿈 꾸는 세상,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예술인이 예술을 할 때 비예술인이 감동 받고 감화되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거다. 작품 한 점이, 음악 한 소절이, 대사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듯 예술이 주는 선한 영향력을 너무 믿는다. 그러려면 예술가는 굶어죽지는 않아야 한다. 적어도 먹는 일이 불안하지는 않아야 그 다음을 할 수 있다. 대안을 세우려는 나도 죽겠지만, 생존권이 휘말린 그들을 어쩌나. 계약이 끝나면 곧 같은 길에 내몰릴 나는 어쩌나. 시름에 시름시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