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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락방/일상적 하루

[차량관리] 물티슈 세차 후기 2020.3.20. fri

by 홀로Hollo 2020. 3. 20.

 

예정에 없던, 생각도 안 했던 화천 드라이브와 나들이.
빈둥빈둥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일어났다 햇볕도 맞고 바람도 쐬고.
해는 엄청나게 뜨거운데 바람은 또 드세서 감기들겠다 싶을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운전석에 앉았는데 사이드미러에 먼지가 잔뜩 앉아서 뒤가 안 보일 지경 아닌가.

화천까지 갔으니 뭐 아주 안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처음에는 신경이 쓰여서 흰둥이 귀만 닦아주려고 한 것 뿐인데,

지지한 엉덩이까지 신경쓰이는 바람에 트렁크를 열었다.

털이개를 꺼내서 슥슥삭삭 문질렀는데 아 생각보다 너무 안 지워지네.

조수석에 가서 물티슈를 꺼냈다. 실수는 여기서 시작됐다.

물티슈로 닦았는데 해가 너무 좋은 나머지 닦기 무섭게 먼지가 말라붙고

순식간에 물티슈가 마르면서 닦아내기 너무......쾌적한 상태가 되는거다.

물걸레로 닦고 마른걸레로 닦는 효과!! 신난다!

신나서 닦기 시작했는데, 물티슈는 생각보다 더더더 세차하기 유용한 물품이었다.

잘 닦여.. 닦다가 물기가 마르면 마른 먼지를 닦기에 너무너무 좋은 청소도구였다.

다른 거 다 필요없어..

아무튼 엉덩이를 닦고나서 귀를 닦고 출발하려고 했었다. 진짜.

근데 흰둥이 엉덩이를 닦다보니 약간 앞쪽 연결되는 곳도 깨끗하게 해주고 싶고..

거길 닦아놓으니 안 닦은 곳은 너무 지지해보이고.

쉬다가, 닦다가 두 시간에 걸쳐서 온 몸 구석구석 다 닦았다.

 

흰둥 세차완료(지붕은 먼지만 털어줌)

 

여자 혼자 물티슈로 세차를 시도한 결과 한시 반 부터 네시까지 두 시간 반이 걸렸고,

물티슈 세차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 또 시도할 의사도 있음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쉬웠고, 생각보다 재밌었고, 생각보다 힘들었고, 생각보다 결과는 괜찮았기 때문.

시간 많고 심심할 때 충분히 재밌게 할 만한 일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자동차 머리는 혼자 닦을 수 없었다는 것.

 

차를 닦다 보니까 마음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가장 큰 이슈가 내 마음이라 그렇겠지만,

차 닦는 게 마치 내 마음과 내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아 보였다.

1. 먼지가 쌓여 있으면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안 보인다.

2. 한 번 닦으려고 시도하면 후회스럽다. 차라리 건드리지 말걸, 더 지저분해졌다.

이런거.....

 

3. 두 번, 세 번 닦을 때까지도 좀 의심스럽다. 이거 괜히 시작했나.....어떡하지.

4. 네 번째부터 원래 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5. 다섯 번째에는 완전히 닦이고, 마른 걸레까지 사용하면 먼지 닦느라 생긴 물 때도 지워진다.

6. 다 닦은거 같은데 멀리서 보면 얼룩이 또 있다. 그건 이미 마른 먼지라 금방 지울 수 있다.

7. 먼지를 걷어내면 오염과 흠집과 상처가 보인다.

8. 오염은 다른데서 묻어 온 거라 어떻게든 지워버릴 수 있는데 흠집부터는 겉을 갈아내거나 보강재를 사용해서 모양을 다시 잡아야 하고, 색칠도 다시 해줘야 된다. 혼자 할 수준이 아니면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

 

 

 

전문가가 정말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암튼 물티슈 세차, 해 좋은 오후에 너무 즐거웠다 :-)

맘이 같이 닦여 내려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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