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일곱부터 열 아홉까지
시골에서 인근 도시로 유학 온 고등학생 하숙생으로 살았다.
어릴 때부터 해에 한 두번 고열 감기가 오곤 했다.
열 일곱 그 밤에도 그랬다.
밤이 늦어 새벽에 가까운 시간.
잠이 들었을 것 같은 부모님.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활 받곤
아프다는 말에 깜짝 놀란 엄마는
'지금 갈까?'라고 말했다.
엄마가 오려면 아빠를 깨워야 하고,
아빠는 내일 출근해야 한다며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아니야, 둘 다 출근해야되잖아. 지금 오면 언제 가...' 했다.
지금 생각하자니, 걱정이 됐다면 나한테 묻기도 전에 아빠를 깨웠을 것 같은데.
나한테 묻지 않고 지금 갈게. 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애써 거절하는 내 말을 듣고
안도하는 것 같았던 엄마의 목소리가
이제와 참 아프다.
내가 오라고 하지 않을 걸 아니까 물어봤구나.
나는 일찍 철든 착한 딸이어서.
엄마를 곤란하게 하지 않을 든든한 딸이어서.
혼자 아파도 씩씩한 척 할 줄 아는 첫째 딸이어서.
나 어린 나이였구나.
그냥 오라고 떼를 써도 괜찮았던
청소년 어린애였구나.
한번도 어른이었던 적 없는데
나는 내가 늘 어른인 줄로만 알았다.
마음에 열이 나는 것 같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