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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여름 밤 스쳐만 가도 걸음을 세우더니 ​ 가을 밤 마주 보고 다가서야 은은히 코끝에 맺힌다 ​ 저물고, 시들어, 떨어지면 그 향이 뭐였던가 하며 간간이 그리울테야 ​ 그마저 잊었을 여름 밤, 어느새 바람에 실려와 기다렸냐며 눈맞춤을 청하겠지 23.10.25.(수) 2023. 10. 26.
[생각일기] 고열 열 일곱부터 열 아홉까지 시골에서 인근 도시로 유학 온 고등학생 하숙생으로 살았다. 어릴 때부터 해에 한 두번 고열 감기가 오곤 했다. 열 일곱 그 밤에도 그랬다. 밤이 늦어 새벽에 가까운 시간. 잠이 들었을 것 같은 부모님.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전활 받곤 아프다는 말에 깜짝 놀란 엄마는 '지금 갈까?'라고 말했다. 엄마가 오려면 아빠를 깨워야 하고, 아빠는 내일 출근해야 한다며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아니야, 둘 다 출근해야되잖아. 지금 오면 언제 가...' 했다. 지금 생각하자니, 걱정이 됐다면 나한테 묻기도 전에 아빠를 깨웠을 것 같은데. 나한테 묻지 않고 지금 갈게. 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애써 거절하는 내 말을 듣고 안도하는 것 같았.. 2023. 10. 26.
[생각일기] 2020.8.23. sun 주말출근. 원래 가을에 시작할 사업을 준비 할 목적으로 주말출근을 했는데, 온 팀원들이 다 나와있다. 그들도 사실 각자의 사업을 준비하느라 나온 거지만, 모이자마자 우리는 코로나와 행사 취소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한숨이 푹푹 나온다. 어제는 운영하는 책모임에 함께하는 작가님의 자조섞인 웃음을 만났다. 기껏 괜찮아지는가 싶었는데 장마가 와서 끝나지를 않더니, 이제는 장마가 그치고 코로나가 다시 와버렸다고. 모든 강의와 행사와 축제와 전시가 취소라고 통보받고 있는 상황이라 작업실에서 악악대고 소리를 질렀다고. '다 죽으라는거냐!!!!'고 소리를 질렀다고. 나는 이렇게까지 생존권을 침해당할 일이 있을 거라고 내다 본 것은 아니었으나 현장을 떠나 기관으로 옮길 때, 보릿고개 걱정이 징글징.. 2020. 8. 23.
[시] 바람내 가을바람 바람내가 날 때 그때 나는 네가 그리워졌어. 한없이 그리워지는 거야. 도저히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하도록 몸서리쳐지는 바람내가 나는 거야. 아직은 여름. 한여름 땡볕이고 바람이라고는 에어컨이 전부인데 왜인지 내게는 또 그 바람내가 나. 사무치게 외로운 바람내가 나를 감싸는 거야. 2020. 6. 30.
[시] 후두둑 쏟아져 내린 다. 후두둑 미처 쏟아지지 못해 마음에 가득 찼던 먹구름이 소낙비로 떨어져 내린 다. 평생을 품고 살았는데 있는 줄도 모르고. 먹먹해진 구름이 뚝 뚝 시들은 목련꽃처럼 툭 툭 떨어져 내린 다. 2020. 6. 30.
[생각일기] 무제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동생과 입 모아 이야기했던 건 ‘부모님이 상담을 받으러 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아빠가요.’라는 말이었다. 선생님은 그런 우리를 보면서 부모님은 오지 않아. 부모님은 변하지 않아. 라고 현실을 보게 해줬고, 그 다음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내가 힘이 생겨서 영향을 줄 수 있어야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라고 했다. 아직도 나는 힘이 없는데 나에게 사람들이 영향 받고 있음을 느낀다. 친구들이 영향을 받고, 가르쳤던 아이들이 영향을 받고, 남자친구가, 동생이, 엄마가 영향을 조금씩 받고 있다. 내 변화는 마음의 변화뿐인데, 아직 아무것도 실제로 변한 것이 없는데 주변이 아주 조금씩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솔직히 일차적으로 기분이 좋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2020. 4. 25.
[생각일기] 이런저런 생각 오늘은 아주 정제되지 않은 글을 써봐야겠다. 다들 그렇듯이 수정 없이 뭔가를 쓰려고 하니까 뭘 써야할까 고민되기도 하고, 글은 그냥 써지고 있는데 무슨 글이 완성될지 모르겠다. 엊그제부터는 몸이 아팠다. 두통이 일상을 방해할 만큼. 새 직장에 출근한 건 이제 겨우 24일 되었는데 두 시간 조퇴로 연차를 벌써 사용했다. 기안 문서함에 조퇴처리 한 문서만 있다. 아이 부끄러워. 아프다보니 더 그냥 아무거나 먹고 싶고 대충 때우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제는 점심을 엄청 부실하게 먹었다. 살 빼고 싶은 김에 다시 식단을 시작하기로 했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사람들이랑 먹으니 어쩔 수 없더라도 아침 간단히, 저녁 간단히 정도. 퇴근길은 도보 30분이라서 웬만하면 걸어 다니는데 어제는 택시를 탔다. 돈 아깝다. 집에.. 2020. 4. 24.
[일생각] 문화예술 지원사업, 예술인, 생활예술, 포스트 코로나 이게 다 뭔가 예술인의 생계와 처지, 지원 사업, ‘예술인의 자립이 가능한가?’, 생활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기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참가한 릴레이포럼에서 조금 정리가 된 것 같다. 원래 나는 굉장히 공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 받는 예술인들이 자립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보조금은 보조금일 뿐 예술인 생계의 대책이 될 수 없으니 보조금 수혜를 받은 예술인들은 자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다시 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순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국가에서 예술 산업에 보조금 예산을 편성한 것은 예술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그 목적을 국가가 직접 달성하기 어려우니 ‘현장에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이 돈으로 국가 대신 공익을.. 2020. 4. 23.
[시] 홀로 오로지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다. 지나간 세월의 조각들이 긴 긴 밤을 부유하는 외로움. 어린 마음이 할퀴어지고 난도질됐던, 채 아물지 않은 상처의 흔적들. 2020.3.2. mon 2020. 4. 17.